조선 왕실 가족이 사랑한 공간인 창덕궁 후원을 다녀왔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가을에 가는 창덕궁 후원은 환상적입니다. 입장할 때부터 후원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듯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닌 것 같은 공간일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시공간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창덕궁 후원 관람 예약은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창덕궁 후원에 한번 와보면 그 매력을 알게 되어서 시간이 지나면 또 생각이 날 것 같기에 이해가 되는 치열함입니다.
무엇보다 조선시대에는 왕실 가족이 아니면 함부로 들어올 수도 없었던 창덕궁 후원에 시간이 흘러서 이렇게 들어와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신기했습니다.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골짜기마다 정원을 만들어 놓은 곳이라 창덕궁 후원은 더욱더 수려한 경관을 자랑했습니다. 관람동선은 후원 입구에서부터 부용지, 불로문과 애련지, 연경당, 존덕정과 폄우사, 옥류천으로 이어집니다.
관람동선에 따라 처음 간 곳은 부용지 일대였습니다. 부용지, 부용정이라는 이름은 예전에 사극을 보면서 많이 들었던 공간이라 드디어 그 공간을 실제로 본다는 생각에 설레었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눈에 담아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불로문을 지나 애련지와 연경당으로 갔습니다.
연경당을 지은 효명세자는 놀랍고도 안타까운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놀라운 점은 2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생애 동안에 이룬 업적이 정말 많다는 점입니다. 많은 책을 여러 번 읽어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물론이고 예술과 연출 방면에도 뛰어나 정말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안타까운 점 또한 바로 이러한 것들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은 어떻게 보면 조선의 마지막 희망의 끈이 끊어진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조선은 정조의 죽음 이후 세도정치의 길을 걷다가 끝내는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의 길을 걷기 때문에 연경당을 보면서 효명세자가 더 오래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창덕궁 후원은 해설사분의 해설을 들으면서 관람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해설이 유익해서 단순히 아름답다고만 하면서 보기에는 놓치기 쉬운 이야기들을 잘 설명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번에 가서 해설을 들으면서 공간을 바라보다 보니 후원의 각 공간에 깃들어있는 나라와 백성들을 생각하는 왕들의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애련지는 숙종이 연꽃은 더러운 곳에 처하여도 맑고 깨끗하여 군자의 덕을 지녔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름을 짓고 건물을 지을 때도 그 속에 의미를 담아 만들었으니 후원의 매력은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은행나무 구경은 많이 했는데 단풍구경을 많이 못해서 아쉬워하고 있던 차에 만난 창덕궁 후원의 모습은 너무 멋졌습니다. 창덕궁 후원이 왜 왕실 가족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내가 만약 왕실 가족이었다면 매일 후원에서 시간을 보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부용지 일대에서, 내일은 옥류천 일대에서 경치만 바라보고 있어도 시간이 잘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덕궁 후원은 사계절 모두 와볼 만한 곳인 것 같습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 가을, 겨울이 올 때마다 색다를 매력을 하고서 우리들을 기다려줄 테니까요. 화려하게 물들었던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면 새하얀 눈으로 덮인 후원을 보러 다시 한번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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